산책
-
두물머리의 봄바람산책 2018. 3. 27. 12:12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동안에는, 꽁꽁 숨어있었던 봄이 아주 천.천.히 기지개를 켜면서 느긋하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라이딩의 계절인데도 찬바람은 옷속을 깊숙히 파고들고,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또한 라이딩을 망설이게 하네요. 북한강 철교아래에서 '물의 정원'을 건너다보며 담아본 사진입니다. 유난히도 맑고 잔잔한 물빛은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줍니다. 좌측에 오리 한마리가 눈치를 보며 살~살 다가오는 모습이 은근히 재미있는 듯. 북한강 교량아래...금새 4마리로 불어난 오리는 한가로이 유영을 하면서도 호시탐탐 물속으로 곤두박질하며 먹이를 낚아채는 오리들의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강건너 보이는 양수2리 마을도 겨우내 몰아치던 날카롭던 삭풍을 잊어버리고, 차츰 봄의 기운에 일상을 맡기고 잔잔한 느낌..
-
찬바람이 머문 자리산책 2018. 2. 21. 10:38
올겨울 동장군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추위와 함께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더구나 도심의 아파트단지에서 느끼는 추위보다는, 오래전에 만나던 풍경처럼... 너무도 익숙해서 기시감을 느끼게되는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나는 추위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지붕위로 불쑥 솟아 자라는 겨울의 나목(裸木)은 잘가꾼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다르게, 동네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닮아가는 모양입니다.. 세련되거나 번지르르하지 않아도 얽기설기 뻗어 자라는 나뭇가지를 보면, 아무런 구속도 받지않고 자유로운, 그리고 활력있는 삶을 보여줍니다. 처마밑 벽에 고정된 위성안테나가 여느 영업집의 간판처럼 눈길을 끄는 모퉁이집에서는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릴 것만 같군요. 구불구불한 골목길 어디쯤에는 아직도 한겨울의 추위..
-
겨울의 잔상..산책 2018. 2. 12. 13:16
이제 입춘이 지나고 우수,경칩...봄이 머지않았습니다. 올 겨울은 수도권에도 일찍부터 눈발이 자주 보이는 겨울이었고,일찍부터 영하 10도 이하를 기록하는 맹추위가 기승을부려 곳곳에서 수도관 동파소식이 끊이지를 않아서 조금은 우울했던 겨울입니다. 이제 눈내린 겨울 들판과 산..그리고 눈내린 모습의 강을 올리며, 다시는 올해처럼, 시베리아보다 더 추운 겨울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1월의 첫추위에 얼어버린 한강의 모습..지난 밤에 뿌려대던 눈발도 잠깐 그친 뒤에 담았습니다. 강물의 흐름에 기묘하게 눈위로 그림을 그린 듯한 선이 신기합니다. 남한산성이 있는 남한산의 북문(北門)인 전승문(全勝門)으로 오르는 산길에도 눈이 내려 쌓여서 앞서간 몇사람의 발자욱만 길게 줄을 잇는군요. 멀리 산이 보이는 벌판..
-
가을 나들이산책 2017. 12. 7. 11:32
올해는 예년과 달리 단풍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난 11월에 담은 절정의 단풍을 올려드립니다. 햇살이 따사하게 비추는 남양주군 조얀면 '다산의 정원'에는 가을을 즐기러 산책나오신 분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입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오는 분인가..했는데, 확대해 보니 애견을 유모차에 싣고 산책하는 분이로군요.(본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얼굴은 가렸습니다)우리나라도 이제는 반려동물(특히 애견) 인구가 1000만시대에 접어들면서 '애견유치원'도 급증한다니.. 놀랍습니다. 저도 동물을 좋아하는데 막상 키우려니까 낮에는 빈 집인 경우가 잦아서 그것도 망설여지더군요. 빨간 단풍잎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정원에는 강바람이 조금은 차갑게 불어오던 날이었습니다.
-
서(西)순라길산책 2017. 11. 21. 11:52
조선시대의 순라꾼들도 어김없이 방범을 목적으로 순라를 돌았다지요. '종묘'의 서쪽담장을 '서순라길'이라고 지정되어 점심나절에 일행과 함께 담장길을 걸었습니다. 9월 하순...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였는데 아직 여름의 푸르름이 남아있었습니다. 차량은 일방통행이지만 인도와 차도를 반쯤 잠식한..이미 입점한 가내공업하는 곳의 차들이 불법주차되었군요.그리고 인도에는 점포에서 내놓은 짐더미도 있고,자전거도 있어서 거의 걸어다닐 수가 없습니다. 좁은 골목길이 비어있어서 내다보았는데,끝에 보이는 한옥의 대문은 '게스트하우스'인 듯. 찬바람이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들어서니 이처럼 녹색이 가득한 풍경이 다시금 그리워지기도 합니다.60~70년대에 궁궐 담장길을 걸으면(물론 지금처럼 깔끔하지는 않지만) 매미울음소리도 나고,가..
-
가을색 짙은 두물머리산책 2017. 11. 13. 15:54
계절의 흐름은 양수리에 두물머리를 비껴 지나치지를 못하는군요.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느긋한 표정이 가득합니다. 일명 '두물머리 수호목'아래에는 오전의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놀이에 정신없습니다.거센 바람에 돛폭마져 내린 나룻배의 뾰족한 돛대 끝에는 가을이 옹송거리며 멈춰있는 것 같군요. 주말이면, 가족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며 근처에서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활기가 샘솟습니다. 엄마,아빠를 따라나온 꼬맹이는 무엇에 심통이났는지 뾰로통하니 삐쳤지만..오히려 엄마의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도 행복해보입니다.
-
단풍 데이트산책 2017. 11. 6. 12:15
가을이라고 들썩이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내일이면 겨울로 들어간다는 '입동(入冬)'이로군요. 오늘 아침에도 분명히 영상의 기온인데도 몸은 썰렁~합니다. 계절이 반복된다는 것은 어느새 한살을 더 보탠다는 과정이라 쓸쓸해집니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천갈래 만갈래 다르겠지요. 어린아이들은 예쁜 단풍잎을 책갈피에 꽂아서 소중히 간직하고.. 청소년기에는 단풍이 든 나무아래에서 한층 발그레하게 상기된 연인의 모습에 새삼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청년기에는 연애는 결혼을 앞 둔 현실적 감각이 조금 더 더해져서 좀 더 다른 감성의 연애를 하게 되겠지요.. 만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여행을 구상하는지, 아니면 올 가을에 새로이 출발하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현실적 대화가 오가는지.. ..
-
골목 기행산책 2017. 10. 10. 14:39
예년에 없이 10일간의 긴 연휴가 오히려 실감이 안 나던 것도 현대사회에 찌든 노예근성일까요? ㅎ 연초록색으로 싱그런 빛을 뽐내며 늘어진 '풍선덩굴'이, 한가위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했던 어느 집의 담장은 새로운 힘을 북돋는 기분을 줍니다. 꽃이 좋아서 베란다에는 물론 담장에도 화단을 만들어 놓은 집주인의 여유가 느껴지는데,담벼락에도 센스있게 연꽃이 만발한 연밭의 그림이 있더군요. 돌아오면서 지나치던 좁은 골목길..두 사람이 지나가려면 한쪽으로 비껴서야만하는 좁은 단풍나무 그늘길이 오히려 포근합니다..